아, 2023. 11. 26. 04:30

 첫 번째 편지서부터 느껴왔었지만, 고객님은 참 어려운 사람이십니다. 나쁜 의미라기보다는, 정말 말 그대로 어려운 문제집 같은 분이라고나 할까요? 새로움을 두려워하던 제 삶에 나아갈 기회를 주면서도 (의도한 바는 아니라 생각되지만요.) 이에 달갑지 않다 말씀하시니, 감사를 표하기에도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마땅치 않지요.
 
 하지만, 고객님을 향한 감정은 호감에 가깝다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고객님과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늘 반복적인 업무를 하며, 삶을 살아감에 있어 전혀 물음표를 던지지 않았었습니다. 어쩌면 태어나서부터 물음표를 던질 기회를 얻은 적이 없었지요. 신분 상승과 상위 계급을 위해선 의사가 돼라 말씀하셨던 아버지도, 정치가가 되어서 권력을 휘두르라던 새어머니도, 제 서사와 결말을 정해놓으셨으니. 무대 위 주인공이지만 작가의 손아귀에선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창작물... 캐릭터였을 뿐이었지요.
 
 어린시절의 저는 저만을 바라보는 시선들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학대였다면 학대였을 그 시절을 떠나보내고, 이제는 바람으로 다시 태어나 모두가 서로에게 타인일 뿐이란 걸 알았으니, 애써 과로를 하며 지낼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개인적인 사연을 이름만 겨우 아는 이에게 털어놓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훗날 모든 일은 잊히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겨지겠지요. 아마 저는 유달리 친절했던 우편배달부로, 당신은 유별난 문의를 넣었던 고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는 곧 머지않았겠지요.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듭니다. 고객님의 호기심도 끝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편지를 마무리 하기 전에 몇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고객님께서 느꼈단 즐거움이 무엇인지, 무엇에서 호기심을 느끼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고객님이 누구인가를 캐묻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객님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모쪼록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행운은 반송하셨으니, 새로운 흥밋거릴 찾길 기원하며, 노아 고객님께 보내는 편지를 이만 끝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