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전도사
첫번째편지 본문
앨리스 양, 잘 지내고 있나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났군요. 앨리스 양을 마지막으로 본지가 벌써 까마득해요. 앨리스 양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앨리스 양이 많이 자랐구나 싶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면 하나씩 잊거나 추억으로 떠나보내곤 하니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섭지만,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고,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기도, 꿈을 향해 나아가기도, 더 깊고 심도 있는 인간관계를 꾸려 살아가기도 하지요.
그렇게 나아갈 앨리스 양을 상상하면 어찌나 벅차오르는지 몰라요. 감기약을 안 먹겠다고 투정을 부리다가 휴대폰 시청을 금지당하고 엉엉 울던 앨리스 양이 어엿한 소녀가 된다니! 정말 사랑스러울 거예요. 저도 성숙한 소녀나 어른이 된 앨리스 양을 볼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요.
하지만 제 본분은 슬픈 사람들을 위해서 류트 연주를 들려주는 것 (세상을 아름다운 무지개 나라로 만드는 것) 이니까요. 할 일을 잊고 이기적으로 굴게 되면 곤란하겠죠! 앨리스 양이 보고 싶더라도 꾹 참고 무작위 주소로 편지를 부쳐봅니다. 이 편지는 앨리스 양에게 닿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언젠가 세상에 잊혀 목숨을 다하는 그날까지, 다시 편지 보낼게요.
무지개 공주 앨리스 양에게
기쁨의 류트 연주가 클로에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