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전도사
첫번째 편지 본문
안녕? 반가워. 루나 러셀? 꽤 귀여운 이름이네. 마음에 들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루루 너는 나한테 편지 보낸 걸 천운으로 생각하게 될 거야! 나 같은 친구가 있다는 건 그 누구라도 부러워할 일이니까! 애칭이 반려동물 같다고 했니? 나랑 함께면 그 별명은 세련되다 못해 '선구자' 대우받을걸? 왜냐면 나는 카퍼데일 고등학교 퀸, 낸시 컴버랜드니까!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지루했는지 몰라- 이 빌어먹을 촌구석에서 나랑 수준 맞는 애 찾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 루루 네가 나랑 친구 할 레벨이 되는 애였음 좋겠네. 여기는 여자 애들이든~ 남자 애들이든~ 내 추종자 노릇하기 바쁘지만~ 영 재미가 없단 말이야! 다 샌님들인 걸. 웩. (럭비부 애들 조차 못생겨서 충격 먹었어! 너희 학교엔 잘생긴 남자애들 없니? 나도 연애할 때라구!) 나도 바다가 이쁘게 펼쳐진 동네에서 살고싶다. 쿨하고 나랑 급이 맞는 애들이랑 해변에서 배구도 하고 비키니도 입을 텐데. 흥. 뭐어- 그래도 이 동네가 다 나쁜 건 아니야. 난 치어리더부인데, 부원 애들이 꽤나 예쁘장하게 생겼거든! 꽤 마음에 들어. 나만큼 예쁘진 않지만 꽤나 봐줄 만 해~ 내 옆에 있으면 낯빛이 죽는 건 매한가지지만, 적어도 액자 정돈 되거든. 작품인 나를 장식할 정도라고나 할까? 우후후후!
그나저나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구? 엄청 수고스러운 일을 하네! 아르바이트야 해봤다지만, 나는 요리 그런 거 딱 질색이야! 나는 요리도 수학처럼 느껴져. 뭘 얼마나 넣으라느니~ 몇 분 동안은 기다리라느니~ 난 틀에 박힌 건 싫어~ 특히 베이킹은 최악 중에 최악이야! 루루는 어떻게 쿠키 같은 걸 만드는 거니? 수제 쿠키라는 거 성가심의 극치잖아~? 나는 먹는 거에 그렇게 욕심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야. 뭐어~ 그래도 루루가 만든 쿠키 정도면 먹어 줄 수 있어. 절대로 내가 먹어보고 싶다거나 궁금하다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그나저나 루루는 어느 고등학교 다니니? 나중에 너네 동네로 놀러 가도 되니? 딱히 루루를 보러 가는 건 아니야~ 루루가 나랑 어울릴 만한지 아닌지 아직 알지도 못하는데, 내가 루루를 보고 싶어 할리 없잖아? 그냥 서핑이나~ 선탠~ 배구~ 이런 거 하고 싶은 거니까! 새로운 만남에 들뜬다거나 그런 거 애송이, 어린애나 그러는 거잖아?... 뭐... ...그렇지만, 루루가 쿠키는 만들어 줬음 좋겠어. 나도 버블티 사갈 테니까. (수제쿠키를 못 먹어본 건 아니야. 정말 많이 먹어봤어.)
아무튼 재밌는 편지 주고받기가 되었음 좋겠네~? 루루가 나랑 수준 맞는 애라면~ 계속 편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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