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전도사
네번째 편지 본문
안녕하십니까! 조이 스톤입니다. 벌써 네 번째 인사를 드리는군요.
지난번에 편지를 보내고도, 고객님의 답장을 받고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왜 추억에 대한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었나. 정말 '불쾌'를 느꼈었나.
불쾌함은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불쾌함 보다는... 겁이 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늘 '보내는 이'와 '받는 이'의 정서적 교류 혹은 왕래 그 자체에 만족감을 느껴왔습니다. 언제나 제 3자의 입장이었지요.
고객님의 편지가 단순 문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저는 '제 3자 아니라 무대로 직접 뛰어들 자신이 있는가?'라는 선택지를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선택지 결정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땅도 우주도 거닐지 못하는 바람으로 살아왔던 탓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일까요?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을 테니, 고객님께서 주신 질문으로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이쪽도 쉬운 질문은 아니지만요.)
고객님은 제게 물음표와 같습니다. 질문을 많이 하셔서도 있지만, 그에 대한 답변을 또 물음표로 채우게 되더군요. 스스로에 대한 물음, 고객님에 대한 물음... 당신은 누구일까요? 답을 내놓을수록 의뭉스러움이 쌓여가는 게 웃기기도 합니다.
다음 편지서는 혼란에 그치지 않고 명쾌한 해답을 찾고 싶군요. 그럼, 또다시 편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