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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편지/7일 편지 - 조이 스톤

일곱번째 편지

아, 2023. 11. 27. 08:42

안녕하십니까, 우편배달부 조이 스톤입니다. 아마 편지를 보내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듯합니다.... 만. 마지막을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저는 당분간 휴가를 떠나려 합니다. 우편배달부 업무를 맡은 지도 벌써 12년 차가 다 되어가는데도 휴가를 써본 적이 없더군요. 오죽하면, 동료직원들과 대표님께서 드디어 쉬는 것이냐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휴가 동안엔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여행에 있어서 모든 과정이 즐겁진 않겠지요. 분명 난감하고, 성가시며, 수많은 문제와 사건을 마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을 해결하고 고민하는 순간순간이 저를 인격적으로 성장 시켜주리라 믿습니다. 노아 고객님께서도 이러한 인간상을 추구하며 찬미하시지 않으십니까?
...아닌가요?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대에 대해선. 더듬더듬 짐작하고 추론하며 어렴풋이 이해할 뿐이지요. 정말 어렴풋이... 흐릿하고 아득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고뇌와 탐구를 거쳐 이 정도라는 점 알아주시길.)

여하튼, 여행을 마치고 나서는 밭을 갈고 글을 쓰는 사람들에 대하여, 영원불변의 금은보화가 아닌 성장하고 변모할 줄 아는 잡초의 귀함을, 고객님의 그 태도를 배워났으면 좋겠습니다.

볼트 우체국의 가족들과, 자전거를 타고 매일같이 마주하던 이 동네도... 제가 서있는 고객님의...
... ...뭘까요? 이 건축물이 고객님에게 어떤 공간일지 알 턱이 없으니 뭐라 말을 마무리 할지 모르겠군요. 어찌 되었든, 이 건축물도 이젠 오래도록 보지 못하겠지만 언젠간 다시 만나겠지요.

다만, 고객님과의 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답장을 주시지 않을 수도, 오랜 여행에 편지가 훼손되어 영영 닿지 못할 수도, 휴가가 끝난 뒤엔 업무가 바빠 이 건축물에 들르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고객님 또한 저와는 다른 의미로 바람 같은 분이니, 굳이 붙잡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닫힌 결말로 편지를 마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언젠가 일곱 통의 편지가 떠오르신다면, 문득 친절하고 바보 같던 우편배달부의 행방에 호기심이 든다면, 볼트 우체국을 방문해 주시겠습니까?

고객님의 성함과 제 이름을 말씀해 주신다면 제 새 가족들이 고객님을 맞이해주실겁니다. 언젠가 저를 찾아주신다면,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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